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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 손가락이 또 먼저 미안해진다
타워한칸씩2026.10.17 11:00조회 10
한글 타자는 그냥 글자만 치면 되는 줄 알았는데, 막상 해보면 타이밍 게임이더라. 눈으로는 분명 다음 칸이 보이는데 손이 한 박자 늦어서, 내가 글을 쓰는 건지 글한테 끌려다니는 건지 헷갈린다. 이럴 때마다 내 타자 속도보다 내 성질이 먼저 들통나는 느낌이다.
그래도 한글 타자의 재미는 지뢰찾기처럼 논리로 버티는 데가 아니라, 한 번 흐름을 타면 손이 알아서 따라간다는 데 있는 것 같다. 비슷한 점은 둘 다 괜히 성급하면 바로 꼬인다는 거고, 다른 점은 여기선 멈춰서 계산하는 순간 오히려 박자가 무너진다는 거다.
나는 늘 ‘이번엔 괜찮겠지’ 하고 들어갔다가 손가락만 분주해진다. 그래도 늦은밤엔 이런 식으로 멍하게 몇 판 치는 게 은근히 좋다. 잘 치는 맛은 없고, 자꾸 삐끗하는 내 손만 확인하게 되지만 그게 또 내 수준이라 웃기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