카드는 몇 번 섞어야 제대로 섞일까 — 리플 셔플 일곱 번의 근거를 직접 계산했습니다
핵심 요약 — 52장이 놓일 수 있는 순서는 52! ≈ 8.07×10^67가지입니다. 1초에 10억 벌씩 늘어놓아도 약 2.56×10^51년이 걸리는 수라, 제대로 섞은 한 벌은 사실상 세상에 처음 나온 순서입니다. 그런데 '제대로'가 몇 번일까요. 반으로 갈라 엇갈려 떨어뜨리는 리플 셔플을 수식으로 옮겨 완전히 섞인 상태와의 거리를 정확히 계산하면 4번까지 1.000, 6번 0.614, 7번 0.334입니다. 새 카드에서 한 번만 섞으면 원래 이웃이던 두 장이 평균 25.51쌍이나 그대로 붙어 있고, 이 흔적은 리플 8번이면 무작위 수준(0.98쌍)에 붙지만 오버핸드 셔플로는 32번이 걸렸습니다.
52장이 놓일 수 있는 순서
카드 한 벌을 한 줄로 늘어놓는 방법을 세어 봅시다. 맨 위에 올 카드는 52장 중 하나, 그다음은 남은 51장 중 하나, 그다음은 50장 중 하나… 이렇게 끝까지 곱하면 52 × 51 × 50 × … × 1, 줄여서 52!입니다.
직접 계산하면 이렇게 나옵니다.
80,658,175,170,943,878,571,660,636,856,403,766,975,289,505,440,883,277,824,000,000,000,000
68자리 수, 대략 8.07×10^67입니다. 감이 안 오시죠. 1초에 10억 벌씩 서로 다른 순서로 늘어놓는다고 해도 전부 늘어놓으려면 약 2.56×10^51년이 걸립니다.
그래서 흔히 이런 말을 합니다. 잘 섞인 카드 한 벌의 순서는 아마 역사상 처음 나온 순서라고요. 지금까지 사람들이 카드를 섞은 횟수를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10^67 앞에서는 티끌이니까요.
단, 이 말에는 조건이 붙습니다. "잘 섞였다면"입니다. 새로 뜯은 카드는 무늬별로 A부터 K까지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. 한두 번 섞어서는 그 순서가 곳곳에 남습니다. 그럼 몇 번이면 흔적이 지워질까요.
리플 셔플을 수로 옮기면
리플 셔플은 카드를 두 더미로 갈라 양손 엄지로 튕기며 한 장씩 엇갈려 떨어뜨리는 방법입니다. 이걸 계산하려면 사람 손을 규칙으로 바꿔야 합니다. 수학자들이 널리 쓰는 모형(길버트·섀넌·리즈 모형)은 두 줄이면 끝납니다.
- 가르기: 동전 52번을 던져 앞면 수만큼을 윗더미로 뗍니다. 대개 26장 안팎에서 갈립니다.
- 떨어뜨리기: 왼쪽 더미에 a장, 오른쪽에 b장 남았으면 왼쪽에서 떨어질 확률을 a/(a+b)로 둡니다. 많이 남은 쪽이 더 자주 떨어집니다.
실제 사람의 리플과 꽤 잘 맞는다고 알려진 모형입니다. 이 글의 리플 계산은 전부 이 규칙을 따릅니다.
한 번 섞은 카드에 남는 흔적
새 카드를 리플로 딱 한 번 섞으면 어떻게 될까요. 윗더미와 아랫더미는 각자 원래 순서를 지킨 채 엇갈리기만 합니다. 그래서 카드 번호를 따라가 보면 올라가는 줄기가 정확히 두 개뿐입니다. 이런 줄기를 상승열이라고 부릅니다.
또 하나 눈에 띄는 흔적이 있습니다. 새 카드에서 바로 이웃이던 두 장(♠A 다음 ♠2처럼)이 섞은 뒤에도 바로 붙어 있는 쌍의 수입니다. 처음에는 51쌍이 전부 붙어 있습니다. 완전히 무작위인 한 벌이라면 평균 51/52 ≈ 0.98쌍만 우연히 붙어 있어야 합니다.
리플 횟수별로 20만 번씩 시뮬레이션했습니다(시드 고정).
| 리플 횟수 | 붙어 있는 이웃 쌍 | 상승열 개수 |
|---|---|---|
| 1번 | 25.51쌍 | 2.00개 |
| 2번 | 12.76쌍 | 4.00개 |
| 3번 | 6.38쌍 | 7.95개 |
| 4번 | 3.31쌍 | 14.10개 |
| 5번 | 1.98쌍 | 19.60개 |
| 6번 | 1.43쌍 | 22.94개 |
| 7번 | 1.19쌍 | 24.71개 |
| 8번 | 1.08쌍 | 25.60개 |
| 10번 | 1.01쌍 | 26.27개 |
| 완전 무작위 | 0.98쌍 | 26.49개 (이론 26.5) |
한 번 섞은 카드에는 이웃 쌍이 평균 25.51쌍 남았습니다. 20만 번 중 가장 적을 때도 10쌍이었고, 95.4%는 20쌍 이상이었습니다. 반쯤은 원래 순서 그대로라는 뜻입니다.
한 번 리플로 나올 수 있는 순서 자체도 2^52 − 52 ≈ 4.5×10^15가지뿐입니다. 52!에 비하면 먼지만 한 구석이지요.
완전히 섞인 상태와의 거리 — 정확식으로
흔적 하나하나를 보는 대신 "섞인 정도" 전체를 한 숫자로 잴 수도 있습니다. 쓰는 잣대는 총변동거리입니다. 어떤 판정 기준을 들이대든, 섞은 카드와 완전히 무작위인 카드가 그 기준을 통과할 확률의 차이가 최대 얼마인지를 뜻합니다. 1이면 확실히 구별되고, 0이면 전혀 구별되지 않습니다.
1992년 베이어와 디아코니스는 이 거리를 정확히 계산하는 식을 내놓았습니다. 핵심은 이렇습니다. 리플을 k번 한 뒤 어떤 순서가 나올 확률은 그 순서의 상승열 개수 r 하나로만 정해집니다.
확률 = C(2^k + 52 − r, 52) ÷ 2^(52k)
상승열이 r개인 순서가 몇 개인지는 오일러 수로 정확히 셀 수 있습니다. 그러니 52! 가지를 하나하나 볼 필요 없이 r = 1부터 52까지 52개 항만 더하면 됩니다. 정수로 끝까지 계산해 보니 이렇게 나왔습니다.
| 리플 횟수 | 완전히 섞인 상태와의 거리 |
|---|---|
| 1~4번 | 1.000 |
| 5번 | 0.924 |
| 6번 | 0.614 |
| 7번 | 0.334 |
| 8번 | 0.167 |
| 9번 | 0.085 |
| 10번 | 0.043 |
네 번까지는 거의 1, 무작위와 확실히 구별됩니다. 이유는 상승열에 있습니다. k번 리플한 카드는 상승열이 많아야 2^k개라 네 번이면 16개 이하인데, 무작위 한 벌에서 상승열이 16개 이하일 확률은 오일러 수로 세면 약 4.7×10^-7입니다. 상승열 개수만 세도 들통나는 셈이지요.
그러다 여섯 번째부터 무너지기 시작해 일곱 번째에 0.334로 내려옵니다. 여기서 처음으로 0.5 아래입니다. 그 뒤로는 한 번 섞을 때마다 거리가 거의 정확히 절반씩 줄어듭니다(0.334 → 0.167 → 0.085 → 0.043).
"카드는 일곱 번 섞으라"는 말이 여기서 나왔습니다. 일곱 번째에서 효과가 크게 드러나고, 그 뒤는 조금씩 다듬는 단계라는 뜻입니다. 물론 잣대를 다르게 잡으면 필요한 횟수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. 더 엄격하게 따지는 자리라면 8~10번이 마음 편합니다.
오버핸드 셔플은 훨씬 오래 걸립니다
카드를 한 손에 쥐고 위에서 몇 장씩 떼어 다른 손으로 옮기는 방법, 흔히 하는 오버핸드 셔플은 어떨까요. 이 방법은 떼어 낸 덩어리들의 순서만 뒤집고, 덩어리 안의 순서는 그대로 둡니다. 이웃 쌍이 끊기는 건 덩어리 경계에서뿐입니다.
한 번에 평균 5장씩, 또는 10장씩 떼어 옮긴다고 두고 4만 번씩 시뮬레이션했습니다.
| 섞은 방법 | 7번 섞은 뒤 이웃 쌍 | 무작위 수준(1.10쌍 이하)까지 |
|---|---|---|
| 리플 | 1.19쌍 | 8번 |
| 오버핸드 (5장씩) | 11.62쌍 | 32번 |
| 오버핸드 (10장씩) | 24.73쌍 | 57번 |
리플 일곱 번이면 이웃 쌍이 1.19쌍으로 거의 무작위 수준인데, 오버핸드 일곱 번은 11.62쌍, 덩어리를 크게 떼면 24.73쌍이 남습니다. 리플 한 번 한 것(25.51쌍)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.
한 가지 더 확인했습니다. 카드 한 장의 위치가 52자리에 고르게 퍼지는지를 52장 전부에 대해 정확히 계산해, 가장 덜 퍼진 카드를 기준으로 거리 0.01 아래까지 걸린 횟수를 셌습니다. 리플은 10번, 5장씩 오버핸드는 59번이었습니다. 10장씩 떼면 15번으로 빨라지지만, 그 대신 위 표처럼 이웃 쌍은 가장 오래 남습니다. 큰 덩어리는 카드를 멀리 보내지만 덩어리째 보내기 때문입니다.
이웃 쌍을 기준으로 하면 오버핸드는 리플의 네 배(5장씩)에서 일곱 배(10장씩)를 섞어야 합니다. 수학 연구에서도 오버핸드는 카드 수가 늘수록 리플보다 훨씬 느리게 섞인다는 결과가 알려져 있습니다.
카드놀이 할 때 어떻게 쓰면 될까요
- 새 카드를 뜯었다면 리플 7번을 기본으로 삼으세요. 셋이나 넷에서 멈추면 무늬별 순서가 곳곳에 남습니다.
- 오버핸드만 한다면 일곱 번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. 몇 번 오버핸드를 한 뒤 리플을 섞어 주는 편이 빠릅니다.
- 앞 판 카드를 모으는 방식도 흔적을 남깁니다. 짝 맞추기나 카드 쌓기 놀이처럼 같은 무늬·숫자끼리 모인 채로 거둔 카드는 새 카드와 비슷한 처지입니다.
- 컴퓨터는 사정이 다릅니다. 슬롯플레이의 솔리테어는 서버에서 맨 끝 카드부터 한 장씩 남은 카드 중 무작위 위치와 바꾸는 방식(피셔–예이츠)으로 섞습니다. 이 방식은 한 번에 52! 가지 순서를 모두 같은 확률로 내놓기 때문에 몇 번 섞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.
정리하면
- 52장이 놓이는 순서는 52! ≈ 8.07×10^67가지(68자리) — 잘 섞인 한 벌은 사실상 처음 나온 순서입니다
- 리플 한 번이면 상승열 2개, 이웃 쌍 평균 25.51쌍이 남습니다 — 무작위라면 0.98쌍
- 정확식으로 잰 거리는 4번까지 1.000 → 6번 0.614 → 7번 0.334, 그 뒤로는 한 번에 절반씩 줄어듭니다
- 오버핸드는 이웃 쌍 흔적을 지우는 데 32번(5장씩)~57번(10장씩)이 걸렸습니다 — 리플은 8번
- 새 카드라면 리플 7번, 오버핸드만으로는 한참 더 섞어야 합니다
자주 묻는 질문
카드는 몇 번 섞어야 충분한가요?
리플 셔플 기준으로 7번이 널리 쓰이는 답입니다. 완전히 섞인 상태와의 거리를 정확히 계산하면 6번은 0.614, 7번은 0.334로 여기서 처음 절반 아래로 내려오고, 그 뒤로는 한 번 섞을 때마다 절반씩 줄어듭니다. 더 엄격하게 섞고 싶다면 810번이면 0.1670.043까지 내려갑니다.
52!은 정확히 얼마인가요?
68자리 수로, 약 8.07×10^67입니다. 앞자리는 80,658,175,170…이고 끝에는 0이 12개 붙습니다. 1초에 10억 가지씩 늘어놓아도 약 2.56×10^51년이 걸립니다.
세 번쯤 섞으면 겉보기에는 충분히 섞인 것 같은데요?
겉보기와 달리 흔적이 많이 남습니다. 리플 3번 뒤에도 새 카드에서 이웃이던 두 장이 평균 6.38쌍 붙어 있고(무작위라면 0.98쌍), 올라가는 줄기인 상승열이 최대 8개뿐이라 무작위 한 벌(평균 26.5개)과 확실히 구별됩니다. 정확식으로 잰 거리도 1.000입니다.
오버핸드 셔플로는 몇 번 섞어야 하나요?
한 번에 5장씩 떼어 옮긴다고 두고 시뮬레이션했을 때, 새 카드의 이웃 쌍이 무작위 수준까지 줄어드는 데 32번이 걸렸습니다. 10장씩 크게 떼면 57번입니다. 같은 기준으로 리플은 8번이면 됩니다.
너무 많이 섞으면 오히려 덜 섞이나요?
무작위로 섞는 한 그렇지 않습니다. 거리는 섞을수록 계속 줄어들 뿐 다시 늘지 않습니다. 다만 매번 정확히 반반으로 갈라 한 장씩 번갈아 끼우는 완벽한 셔플은 무작위가 아니라 정해진 규칙입니다. 맨 위 카드를 그대로 두는 완벽한 셔플은 계산해 보면 8번 만에 52장이 원래 순서로 돌아옵니다.